무더운 어느 오후, 한 노신사가 나소 스트리트 99번지의 존 앤더슨 서점에 들렀다. 원래 다른 서점에 갔으나 찾는 책이 없자 앤더슨 서점에 그 책이 있을지 모른다는 말을 듣고 왔다고 했다. 신사가 찾던 책의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바다와 관련된 책이었던 것 같다. 어느덧 신사와 사장인 앤더슨 씨와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바다와 선원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너무 흥미진진해서 가게 손님들은 물론이고 점원들도 다들 귀를 쫑긋 세웠다. 신사는 뱃사람들과 그들이 타고 다니는 배에 대해 누구보다 상세히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침내 앤더슨 씨가 우리 모두의 궁금증을 대신해 물어보았다.
‘선생님, 아직 성함을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우리 가게를 방문한 분은 누구신지요?’
‘내 이름은 허먼 멜빌입니다.’ 앤더슨 씨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두 손을 들며 말했다. ‘아, 이제야 모든 것이 설명되는군요.’ -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