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광선에 관해 검색하다가 로베르토 볼라뇨의 단편 '고메스팔라시오'에 녹색 광선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찾아 읽었다. 이 작품은 소설집 '살인 창녀들' 두번째 수록작으로 고메스팔라시오는 멕시코의 도시. 저자소개에 나오듯이 볼라뇨는 시를 썼고 멕시코에 살았었다.
2005년 10월 15일 La Silla Observatory(ESO)에서 관측된 녹색 광선. Par Cfoellmi — Travail personnel, CC BY 2.5
나는 자동차나 운송 트럭이 지나가자마자 빛이 제자리로 돌아와 허공에 걸리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녹색 광선이 살아 숨 쉬며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사막 한가운데에서 자유로운 몸이 되어 생각에 잠긴 것 같았다. 바다의 모습을 닮아 바다처럼 움직이지만 흙처럼 쉽게 부서지며 경이롭고 고독한 녹색 광선이었다. 구불구불한 길에 있는 간판이나 빈 창고의 지붕, 땅 위에 넓게 펼쳐 놓은 비닐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우리 눈에는 꿈이나 기적처럼 보였다. 사실 따지고 보면 꿈이나 기적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지만 말이다. - 고메스팔라시오
사막에 둘러싸인 멕시코 북부의 소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이 단편에서 독자들은 벨라노와 리마가 세사레아 티나헤로의 행방을 추적하는 『야만스러운 탐정들』 3부와 『2666』의 소노라 사막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시를 쓰는 문화원 원장과 창작 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화자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를 통해 문학과 시에 대한 볼라뇨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시로 인해 자유를 느끼기 때문에 평생 시를 계속 쓸 것이라는 비누 공장 소년의 대답은 불모의 사막 한가운데에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녹색 광선이 아닐까. 녹색 광선은 자연 현상에 불과한 것이지만 화자가 느끼기에는 〈꿈이나 기적〉처럼 보이는 것으로,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에서 솟아나는 예술과 시를 상징한다. 에릭 로메르 감독의 영화 「녹색 광선」에서 진실을 깨닫는 계시의 순간으로 묘사되었던 녹색 광선은 이 단편에서 시적인 계시의 순간으로 나타난다. 「짐」, 「프랑스 벨기에 방랑기」 등 시적인 계시의 순간이 빛과 불의 이미지로 표현되는 볼라뇨의 다른 단편들을 참조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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