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ellia and bird - Ding Yanyong - WikiArt.org


[경계인의 눈으로 본 인간의 위선과 이중성..전성태 '늑대'] https://v.daum.net/v/20210905213514191



이곳으로 와 내 방이 생겼을 때 생맥주 잔 같은 유리병 하나를 구했다. 나는 병에 동백나무의 까만 씨를 모으고 있다. 내가 이곳에 와서 변한 건 그것밖에 없다는 듯 나는 동백씨를 모은다. 주위 사람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궁금해하고 각자 의미를 부여하지만 나는 속내를 말하지 않는다. 고향에는 동백이 많고 아름다웠지만 미처 깨닫지 못하고 살았으며 첫 출근길에 동백씨를 발견했을 뿐이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고향을 모르는 사람이었고, 그러므로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이 아니라 어디에서 이곳으로 떠나온 사람이라고. 나는 연못에 이슬 한 방울이 떨어지듯 동백씨 모으는 일을 작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 와 있는 일도 그러기를 바란다. 십여 년이 지나 이 방을 떠날 무렵이면 동백씨로 병이 가득 찰지 모른다. 부디 병을 들고 서서 "나는 나 스스로에게 좋은 인생을 살았을까?" 하고 묻지 않기를. - 떠나온 자로서 * 전성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