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이 즈음 사진가 고 김영갑의 책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읽었다. 김영갑은 루게릭병으로 제주도에서 생을 마감했다.


김영갑갤러리두모악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03g1748n12

한라산에 폭설이 내리는 한겨울에도 갤러리 정원에는 수선화, 복수초가 핀다. 그것들이야 눈 속에 꽃을 피우는 게 당연하지만 너도바람꽃, 미나리아재비가 눈 속에 꽃눈을 열었다. 겨울잠에서 성급하게 깨어난 개구리들도 자주 출몰한다.

무성한 이파리들을 모두 벗어버린 겨울나무처럼 내 몸도 앙상하다. 사십대 후반인데 거동 불편한 노인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럼에도 절망하기보다는 편안하게 현실을 받아들인다.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 피어난 너도바람꽃처럼, 고통의 끝에서 무사히 봄을 맞을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두려움 없이 나아갈 것이다. 한겨울 중에 움트는 봄의 기운을 나는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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