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춘분 지나고까지' 두번째 장 '정거장'으로부터


* [낮과 밤 길이 같은 춘분..불교에선 '봄의 피안'] https://v.daum.net/v/20140321082907903

Spring - Giuseppe Arcimboldo - WikiArt.org


아르침볼도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14a1086a



지팡이는 대나무 뿌리를 구부려 손잡이로 만든 아주 간단한 것이었는데, 다만 뱀을 새겨 넣은 것이 보통의 지팡이와는 달랐다. 하지만 수출용에서 흔히 보이는 것처럼 뱀의 몸뚱이를 대나무에 칭칭 감은 독살스러운 것이 아니라 입을 벌리고 뭔가를 삼키고 있는 머리만 손잡이에 새긴 지팡이였다. 하지만 삼키고 있는 것이 뭔지는 손잡이 끝이 둥글고 매끈하게 깎여 있어 개구리인지 달걀인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모리모토는 직접 대나무를 잘라 그 뱀을 새겼다고 했다.

천성이 솔직한 사람이라 지팡이는 애써 호의를 베푼 것이니 받아서 매일 산보할 때 짚고 나가겠다는 빤한 거짓말은 할 수 없고, 그렇다고 친절한 말씀은 고맙지만 저는 받지 않겠다는 말은 더욱 할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지팡이는 아직도 우산꽂이에 꽂혀 있습니다. 주인이 돌아오기를 매일 밤낮으로 기다리는 양 꽂혀 있습니다.

뇌수도 그 뱀 대가리는 감히 손대지 않습니다. 저는 그 대가리를 볼 때마다 당신의 조각 솜씨에 탄복을 금할 수 없습니다" 하고 적당히 인사치레를 늘어놓아 사실을 애매하게 얼버무리는 수단으로 삼았다. - 정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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