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린 첫 소설집 '폴링 인 폴'이 올해 2월에 새로 나왔다. 발간 십주년이라고 한다. 초판 해설 '신진기예 백수린의 작가적 가능성'을 쓴 문학평론가 서영채가 진행한 인터뷰가 추가로 실렸다. 아래에 옮긴 글은 마지막 수록작 '유령이 출몰할 때'가 출처이다. K구역은 위험지대이고 카르페디엠은 거기 위치한 카페. 


작가인터뷰(릿터 18호) https://blog.naver.com/minumworld/221580272271 '유령이 출몰할 때' 이야기가 나온다. 2010년 자음과 모음 가을호 발표작.

K구역의 한복판에 들어앉아 있으니 시간의 흐름은 쉽게 가늠이 되지 않았다. 짙은 안개 때문에 창밖은 한결같이 어두웠다. 흐르지 않는 시간 속 어디에서도 기다림의 끝은 예측되지 않았다. 카르페디엠이 짙푸른 어둠 속으로 서서히 침몰해가는 선박이라도 되는 듯, 멀리서 바람이 불 때마다 멀미가 났다.

푸른 봄밤. 가로등 불빛을 받은 목련은 알전구를 품기라도 한 것처럼 탐스럽게 빛났다. 우리는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시고, 자작시를 한 구절씩 돌려 읽고, 누군가에게 고백을 하고, 또 누군가에게 차였다. 한껏 부풀었던 마음 따위가 쉽사리 출렁였다. - 유령이 출몰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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