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허수경 시인이 역자인 '그림 형제 동화집'으로부터

by George Frederic Watts in the Birmingham Art Gallery






"빨간 모자야, 여기 피어 있는 아름다운 꽃들 좀 보렴. 왜 주위를 둘러보지도 않니? 새들이 저렇게 곱게 지저귀는 소리를 듣지도 못하는 모양이구나. 꼭 학교에 가는 것처럼 그렇게 걷다니. 이 숲에 재미나는 게 얼마나 많은데."

빨간 모자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햇살이 나무 사이에서 이리저리 춤을 추고 아름다운 꽃들이 가득 핀 것이 보였다.

‘할머니에게 갓 딴 꽃으로 엮은 꽃다발을 가져다 드리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아직 이른 시간이니 길을 좀 벗어나더라도 제때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빨간 모자는 가려던 길을 벗어나서 숲 속으로 꽃을 찾으러 나섰다. 꽃을 한 송이 꺾고 나면 안쪽에는 더 아름다운 꽃이 피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점점 깊은 숲 속으로 소녀는 들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늑대는 할머니가 사는 집을 향해 곧장 걸어가서 문을 두드렸다.

빨간 모자는 꽃을 찾아 이리저리 다니다가 꽃다발 하나를 만들 만큼 꽃이 모이고 이 이상은 들고 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자 번쩍 할머니가 떠올랐다. 소녀는 서둘러 할머니에게로 갔다. 집에 도착해 보니 문이 열려 있어 빨간 모자는 놀랐다. 방 안으로 들어서는데 묘한 느낌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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