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간식집' 중 정용준의 '겨울 기도'로부터

By Bernat from Minami-Magome, Ota, Tokyo


일본식 문어빵 또는 문어풀빵 다코야키(타코야키)를 처음 길거리 간식으로 사 먹고 속이 너무 뜨거워 혀를 델 뻔한 기억이 난다. 


정용준 작가가 작년에 낸 짧은 소설집 '저스트 키딩'을 담아둔다.





문어빵을 입에 넣고 눈을 감고 천천히 씹었다. 살면서 지겹도록 문어를 먹었는데 이렇게 고소하고 달콤한 문어는 처음이었다. 김 씨는 문어를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고 했다. 문어는 글월문 자를 쓰기 때문에 생각이 많고 나름대로 언어도 있을 거라고 했다. 먹물을 뿜는데 그걸로 글을 쓰기도 한다고. 약간 뻥도 있는 것 같았지만 그럴듯했고 어떻게 그런 걸 다 아냐고 했더니 옛날에 한문 선생이었다고. 왜 지금은 아니냐는 말에 김 씨는 대답하지 않았다. 쓸쓸한 얼굴. 어쩐지 알 것도 같았다. 똑똑한 사람의 말이니까 맞겠지. 문어빵 하나 먹고 이렇게 생각이 많아지는 것을 보니 정말로 그런 효능이 있는지도 모른다. 입 안이 따뜻했다. 계속 씹으면 봄이 올 것 같고 더 오래 씹으면 꽃도 필 것 같다. (정용준, 겨울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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