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tazione, 1925 - Mario Tozzi - WikiArt.org


'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메리 카 저/권예리 역)를 계속 읽자.


비비언 고닉Vivian Gornick은 한 인터뷰에서 논픽션을 집필할 때도 사실대로 쓰지 못할 때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늘 이야기를 윤색하죠. 소위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말할 때도요. 어떤 일이 벌어지면, 실제로 벌어진 일은 이야기로서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것을 깨달아요. 그러니 이야기를 내가 완성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거짓말을 해요. 거짓이나 다름없는, 결국 남들이 보기엔 거짓말하는 거죠. 하지만 아시겠죠. 이야기하려는 욕구를 참을 수가 없어요. 난 누구에게도 사실 그대로 이야기할 의무가 없어요. 사실 그대로라는 게 대체 뭐죠? 대체 누가 그런 데에 신경을 쓰나요?]

바로 나다. 그 세계로 들어가기로 작정하고 책을 산 독자로서의 나는 그런 데에 신경을 쓴다. 고닉이 사실대로 털어놓은 것은 잘한 일이지만, 사후 고백, 특히 이렇게 모호하게 자기 합리화하는 고백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

마치 점심을 먹은 뒤에 종업원이 "손님이 드신 샌드위치에 고양이 똥을 찻숟가락만큼 넣었는데 전혀 모르시더군요"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 입장에서 고양이 똥을 눈곱만큼 넣은 샌드위치는 고양이 똥 샌드위치다. 고양이 똥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 그 부분을 떼어내고 먹을 수 없다면 말이다.

그래서 나는 자전적 글쓰기의 진실성을 지켜줄 경계선을 흙바닥에 그리고자 작은 막대기를 들고 서 있다. 진실은 뿌옇고 어렴풋한 저승처럼 까마득한 영역이 돼버렸을지 모른다. - 2. 스스로에게 거짓말하지 않을 자신 / 1부. 인생은 어떤 가치를 품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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