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민연작소설 '마법사가 잃어버린 모자'의 ‘다섯 번째 이야기……무민과 친구들이 왕의 루비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스노크가 주낙 낚시를 하고, 마멜루크가 죽고, 무민 가족의 집이 정글로 변하다’ 중 마지막 부분인 집이 정글로 변하는 대목으로부터. 좋아하는 장면이다.



Jungle Songs - Jahar Dasgupta - WikiArt.org


무민 컬러링 북 발견.







"집으로 돌아가자. 색다른 일은 이만하면 됐어. 끔찍한 이야기랑 몸이 홀딱 젖는 거랑 뭐든 혼자 알아서 해결하는 일 같은 건 오래 할 게 못 돼."

무민 가족의 집이 낮잠에 빠져들어 있는 동안, 식물 표본이 마법에 걸려 쑥쑥 자라났다.

마법사의 모자 속에서 천천히 꿈틀거리며 나온 식물 표본은 마룻바닥을 기어갔다. 덩굴손과 새싹이 벽을 더듬어 올라가더니 커튼과 난로 조정 끈까지 기어올랐고, 틈새와 환기구와 열쇠 구멍을 빠져나갔다. 습한 공기를 머금고 꽃이 피었고, 눈 깜짝할 사이에 열매가 익었다. 거대한 잎사귀들은 한데 얽혀 계단을 슬금슬금 올라갔고, 덩굴식물은 탁자 다리를 휘감고 천장까지 올라가서 뒤엉킨 전선 같은 덩굴을 길게 늘어뜨렸다.

식물은 바스락거리며 느릿느릿 자라나며 무민 가족의 집을 채워 나갔고, 거대한 꽃이 피거나 양탄자에 열매가 떨어질 때만 가끔 툭하는 소리가 아주 작게 울렸다. 그러나 무민마마는 빗소리라고 생각하며 몸을 뒤척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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