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마거릿 렌클 지음 / 최정수 옮김) 는 표지와 목차, 그리고 책 전체에 파랑새가 출몰한다. 아래 글은 두번째 장 '수련'의 마지막 꼭지 '둥지들'의 마지막 부분이다.
Blue Birds in Flowers, 1983 - Maria Primachenko - WikiArt.org
이 책의 원제는 Late Migrations: A Natural History of Love and Loss.
이 세상은 죽음을 토대로 번성한다.
그러나 봄 햇살 속에 가만히, 아주 가만히 있어 보아라. 그러면 잿빛머리 박새 한 마리가 당신의 머리칼을 거둬 모으러 다가올 것이고, 그것으로 새끼를 위한 부드럽고 따뜻한 둥지를 만들 것이다. 담쟁이덩굴이 집 한쪽 면을 기어오르는 모습을 지켜보아라. 그러면 어느 날 핀치 한 쌍이 담쟁이 잎사귀 사이에 균형을 잡고 자리한 작은 둥지에서 새끼들을 달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파랑새들이 나무에서 노래하는 소리를 들어라. 그러면 어두운 둥지 상자 속 구멍에서 어린 새가 입을 벌린 채 넓고 환한 세상을 생애 처음으로 유심히 응시하는 모습을, 그런 다음에는 스스로를 하늘에 맡기는 모습을 제시간에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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