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루시아 벌린 소설집 '내 인생은 열린 책' 수록작 '루브르에서 길을 잃다'가 출처이다.
이튿날 나는 페르 라셰즈 공동묘지로 프루스트 무덤을 보러 갔다. 화창한 날이었다. 오래된 무덤들이 니벨슨*의 조각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늙은 여자들이 벤치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었고 사방에 고양이들이 보였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묘지기들과 뜨개질하는 할머니들, 파란 윈드브레이커를 입은 땅딸막한 남자 한 명 외에는 사람이 없었다.
* Louise Nevelson(1900~1988). 우크라이나 태생의 미국인 조각가.
프루스트는 그의 부모와 동생과 같은 자리에 묻혔다.** 가여운 형, 하고 말했을 동생을 상상해보라. 프루스트의 검은 무덤 위에는 파르마 바이올렛 꽃다발이 수북이 놓여 있었다. 반들반들한 검은 돌로 된 묘석은 세월의 풍파에 닳아 허옇게 된 다른 묘석들과 대비되어 저속해 보였다.
**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와 동생 로베르 프루스트(1873~1935)는 매우 우애가 깊은 형제였다. 로베르는 어렸을 때 형이 천식 발작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깊은 충격을 받았고 훗날 부친의 뒤를 따라 의사가 되었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폐렴으로 동생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 루브르에서 길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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