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스 버틀러, 지상에서 함께 산다는 것'(주디스 버틀러 지음, 양효실 옮김) 5장을 마친다.
Declaration of State of Israel 1948 By Rudi Weissenstein -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커먼즈
아렌트는 유럽에서 파시즘이 발흥한 이유 중 하나를 1차 세계대전 후 무국적 민족이 엄청나게 증가한 데서 찾는다. 민족주의는 법의 지배를 압도하고, 소수 인구는 국적박탈, 축출, 근절에 내몰리게 된다.
아렌트의 표현을 빌린다면 "국적박탈은 전체주의 정치의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아렌트가 보기에 국가 없는 민족이 폭력적으로 되몰리는 자연 상태에는 어떤 보호 장치도 어떤 권한도 존재하지 않으며, 그 상태에서 그녀가 그들의 "인간성"이라 부르는 것을 유지하기는 불가능하다.
1948년에 유엔이 이스라엘 국가를 승인한 뒤 아렌트는 이렇게 예언한다. "유대인들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는 있겠지만 그 끝에서 …… 시온주의가 이룩한 것이 파괴될 것이다. …… ‘승리감에 찬’ 유대인들은 완전히 적대적일 아랍 인구들에 둘러싸여 살아갈 것이고, 위협이 끊이지 않을 국경 안쪽에 격리된 채 다른 모든 관심사와 행동이 불가능해질 만큼 물리적인 자기방어에 급급하게 될 것이다"
평등에 근거한 적법한 정치체는 아렌트가 재발하는 무국적성과 고통에 대항해서 추구할 수 있었던 유일한 안전장치다. 소속은 인간 삶의 필요조건이지만 결코 한 정치체의 적법한 토대로 사용될 수 없다. - 한나 아렌트와 민족국가의 종식? (5장 유대주의는 시온주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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