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삶은 흐른다'(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 이주영 옮김)의 마지막 편 '삶으로부터 잠시 물러나다'의 첫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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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가소 해 By Élisée Reclus (1873)
지구의 모든 바다 중에서도 유난히 특별한 바다가 하나 있다. 바로 사르가소sargasso*의 바다다. 사르가소의 바다가 독특하고 묘한 바다인 데는 이유가 있다. 해안도, 바람도, 파도도 없는 바다이기 때문이다. 겨우 바다의 행색만 갖추었을 뿐 넓고 큰 바다의 모습은 아니다. 비유하자면 사르가소의 바다는 움직임도, 밀려오는 파도도 전혀 없는 ‘해양 사막’이라고 할 수 있다. * ‘모자반’이라고 불리는 해조류다.
우리도 바람과 해안이 없는 사르가소의 바다처럼 에너지와 희망을 잃어버린 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가 있다. 마치 바람이 없어서 움직일 수 없는 배처럼 말이다. 사르가소의 바다는 우리의 삶에 비유하자면 ‘후회’와 같은 것이다. 후회에 사로잡히는 순간, 머리는 복잡해지고 행동은 느려진다. 그래서 나아가지도, 물러서지도 못하고 정처 없이 서성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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