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번역서의 제목 '주디스 버틀러, 지상에서 함께 산다는 것 -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 유대성과 시온주의 비판'(양효실 옮김)이 근거한 대목을 발췌한다. 원제 'Parting Ways: Jewishness and the Critique of Zionism'.
Hannah Arendt in Jerusalem during Adolf Eichmann trial:A print screen from "The Devil's Confession: The Lost Eichmann Tapes" (1961) Israeli Public Broadcasting Corporation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아렌트에 따르면 아이히만 자신과 그의 상관들은 지상에서 누구와 동거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지상 인구의 이질성이 사회적·정치적인 삶 자체의 역전 불가능한 조건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아이히만의 경우, 지구에서 누구와 동거할 것인지를 선택하려는 노력은 지구의 인구 중 누군가—특히 유대인, 집시, 동성애자, 공산주의자, 장애인과 병자—를 무화하려는 노력이었고, 그가 주장했던 자유의 실행은 대학살이었다.
지상에서 함께 산다는 것은 있을 수 있는 모든 공동체나 민족, 이웃에 선행한다. 우리는 가끔 어디에 살 것인지, 누구 옆에서 혹은 누구와 함께 살지 선택할 수 있겠지만, 지상에서 함께 살 이들을 우리가 선택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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