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 바움 소설집 '크리스마스 잉어' 수록작 '길'이 아래 글의 출처이다. 비를 맞고 감기에 걸렸는데 폐렴으로 악화되어 사경을 헤매는 중인 여성 엘리자베트가 중심 인물. 호러 같고 스릴러 같다. 

Berlin memorial plaque, Vicki Baum, Koenigsallee 43-45, Berlin-Grunewald, Germany By OTFW, Berlin







밤에 누군가가 그녀를 불렀다. 또렷한 목소리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엘리자베트!" 그녀가 일어나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왜요?" "무슨 일이야?" 옆에서 친칸 씨가 목이 쉰 소리로 물었다. "누가 나를 불렀는데." 그녀가 중얼거렸다. "무슨 소리야. 어서 쉬어." 남편이 웅얼거렸다. "꿈을 꾼 거야." 꿈을 꾼 게 아닌데, 라고 부인은 생각했다. 한순간 그녀는 굉장히 중요한 것을 의식했다. 심장이 멈추는 듯했다. 그러다가 다시 조용히 뛰기 시작했고, 지식, 꿈, 흥분이 하나로 녹아들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급히 서두르며 일하다가 잠이 들었다. 아니, 잠이 아니었다. 건강하고 활동적인 사람이 잠이라고 부르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일어난 일은 뭔가 다른 것, 해체시키는 것, 부드러운 것이었다. 흔들리고 미끄러지면서 끌려가는 것이었다. 그녀는 고통의 뭉치에서 풀려나 계속 어디론가 앞으로 나아갔다. 강둑이 무너져 가라앉았다.

파란색이 점점 커지더니 꽃받침이 펼쳐져 그녀를 집어삼키고 어디론가 데려갔다. "내 꿈의 보트가 고단한 호수 위를 저어 가네." 그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엄마, 왜 그래요?" 누군가가 물었다. 그녀의 침대에 앉아 있는 머리가 네모난 사람이었다. "내 꿈의 보트가 고단한 호수 위를 저어 가네." 그녀를 조용히 건드리면서 물어본 것은 오토였다. "엄마, 왜 그래요?" 정신을 차린 그녀가 겨우 들리게 대답했다. "시의 한 구절이야."

그녀가 눈을 떴는데,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곁에 나타났다. 어머니는 침대가에 앉아 있었다. 젊어서 세상을 떠났는데 백발이었다. 친칸 부인은 미소했다. "알아요, 어머니." 그녀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그래, 너도 곧 알게 돼." 어머니가 조용히 말하고 하얀 머리를 끄덕였다. 부인은 거의 움직이지 않은 채 이렇게만 말했다. "이제 쉬워졌어요." 그녀는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부드럽고 따스한 손을 잡아 자신의 목에다 놓았다.

그러자 숨을 쉴 수 있었다. "어떻게 살아왔니?" 어머니가 물었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지?" 부인이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지?"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우는 것 같은데, 눈에서는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저 멀리 자신의 삶이 보였다.

그녀는 한참 동안 가만히 누워 자신의 삶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못 이룬 꿈뿐이에요, 어머니." -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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