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지 부인이 읽는 동화책 속 아내의 이름은 '이사벨'로 나오는데 원래 독일어 이름은 '일제빌'이다.

The Green Fairy Book (1902) by Andrew Lang. By Henry Justice Ford -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그래서 어부가 바다에 도착했을 때 바다는 꽤 어두운 회색이었어요. 파도도 세게 치고 악취도 났어요. 그때 어부는 바다 옆에 서서 말했어요.
 
‘가자미야, 바다 속의 가자미야,
제발, 여기 나에게로 나오너라.
나의 아내, 착한 이사벨을 위해,
나와 다른 소원을 가진 아내를 위해.’
 
‘그럼, 아내는 무엇을 원하나요?’ 하고 가자미가 물었어요."

《어부와 어부의 아내》이야기는 부드러운 음조로 연주하는 저음과도 같아서 가끔 생각지도 않은 멜로디가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그녀가 막 제임스에게 "그리고 케틀드럼과 트럼펫을 가진 수많은 군인들이 있었어요" 라고 읽어주었을 때 제임스의 눈빛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아이들은 왜 자라야만 할까? 자라면서 왜 이 모든 것을 잃어야만 할까?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제임스는 아이들 중에서 가장 재능이 뛰어났고 가장 예민했다. 하지만 아이들 모두의 미래가 밝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러더니 어부는 바지를 입고 미친 사람처럼 도망쳤어요."

그녀는 동화책을 계속 읽었다. "하지만 밖에는 폭풍이 휘몰아쳐서 어부는 똑바로 서 있기도 힘들었어요. 집과 나무는 폭풍에 쓰러졌고, 산은 흔들렸고, 바위는 떨어져 바다 속으로 데굴데굴 굴러갔어요. 하늘은 캄캄했고, 천둥번개가 쳤고, 바다에는 교회의 탑과 산만큼 높은 검은 파도가 솟아올랐고, 파도의 꼭대기는 모두 하얗게 보였어요."

페이지를 넘긴 그녀는 겨우 몇 줄만 남은 것을 보고 잠잘 시간이 지나더라도 이야기를 끝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점점 저녁이 깊어갔다. 정원에 켜진 불빛이 그것을 알려주었고, 하얗게 보이는 꽃과 회색으로 변한 이파리가 그녀의 마음을 불안하게 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을 때까지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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