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형제 동화전집 (완역본)'(현대지성)에 실린 '어부와 그의 아내'를 읽었다. 신비한 물고기(넙치 또는 가자미)의 힘으로 소원을 이루는 어부 부부의 이야기인데, 아내의 욕망이 계속 팽창하고 실현되는 과정이 흥미롭다. 부자, 왕, 황제, 교황으로 원하는 지위의 레벨이 점차 수직상승하고, 비록 마법의 힘이 작용한 결과지만 여성이 왕, 황제, 교황의 자리까지 차지하는 내용이 전복적이다. 한편 아내의 끝없는 명령을 이행하는 남편의 수동성도 문제적인 관전 포인트. 


[그림동화 「어부와 그의 아내에 대하여」에 나타난 소원성취의 문제]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1773092

By MCAD Library - CC BY 2.0, 위키미디어커먼즈


넙치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47XX65200041 귄터 그라스의 장편소설 '넙치'의 모티브가 '어부와 아내'라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그라스 (독일문학사, 1989. 4. 1., 프란츠 마르티니, 황현수)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051172&cid=60603&categoryId=60603


우리 나라 학자 박병덕이 쓴 '귄터 그라스의 문학세계'는 '넙치'를 중점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여보, 이제 당신은 교황이 되었구려." "그래요, 난 교황이에요." 그는 앞으로 나아가 마치 태양을 우러러보듯이 부신 눈길로 그녀를 올려다보았습니다. 그는 얼마동안 그렇게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오, 여보. 당신이 교황이라니 정말 근사하오. 이제는 이대로 지내도록 합시다."

이윽고 그들은 함께 침대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이번에도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이글거리는 야심 때문에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현재의 자신보다 더 위대한 존재가 될 수 있는 무슨 방법이 없을까 해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남편은 낮 동안 먼 길을 걸은 탓으로 정신 없이 곯아떨어져 있었습니다.

이윽고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시뻘겋게 물든 동녘 하늘을 보고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로 가서 해가 뜨는 광경을 지켜보았습니다. 바로 그 때 ‘아, 내가 저 태양과 달을 떠오르게 할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여보, 당신 지금 뭐라고 했소?"

"내 힘으로 태양과 달을 떠오르게 할 수 없다면 난 정말 참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여보. 내가 그저 그런 광경을 지켜 보고 싶어한다고만 생각하세요? 아뇨. 그것들을 내 힘으로 뜨게 할 수 없다면 난 더 이상 견딜 수 없을거예요." 그녀가 너무나 무섭고 끔찍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바람에 어부는 그만 등골이 오싹해졌습니다. - 어부와 그의 아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