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인 오늘(곧 날짜가 바뀐다)의 저녁에 뱅쇼를 만들어 마셨다. 미리 사둔 레드와인에 뱅쇼 키트의 내용물을 붓고 집에 있는 사과와 귤을 더 첨가한 후 끓이면 되니까 간단하다. 이십분 동안 적당히 중불에. 휴대폰 알람을 켜 시간을 정확하게 쟀다. 사진을 찍어둘 걸, 다 먹고 없어지니까 든 생각. 맛있어서 홀짝홀짝 다 마셔버렸다.
아래 글은 '와인잔에 담긴 인문학'(황헌 지음) - 부제:한 잔에 담긴 깊은 이야기를 마시다 - 의 '1부 : 와인의 깊은 세계' 중 '8 강화 와인, 보졸레 누보, 아마로네'가 출처이다.
스트라스부르 크리스마스 시장의 뱅쇼 2022년 12월 By beggs
프랑스에 체재하던 시절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정도 앞둔 주말에 꼭 찾아가던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스트라스부르입니다. 유럽연합의 산실이 된 곳이자 리슬링 포도의 프랑스 쪽 주 재배 지역인 알자스-로렌 지방의 대표 도시입니다. 이곳을 성탄절에 임박해 찾는 까닭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장터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크리스마스 장터가 시작된 유래는 14세기 독일의 전신인 신성로마제국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후 전통이 면면히 이어져왔고 마침내 20세기 들어서서는 유럽 최고의 크리스마스 장터로 발전했습니다.
이 시장이 열리는 공간은 가장 아름다운 대성당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스트라스부르 대성당 주변 광장입니다. 상인들은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모든 물건을 팝니다. 유럽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는 가장 큰 명절이죠.
뱅쇼의 ‘쇼chaud’는 ‘따뜻하다’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 형용사입니다. 독일에서 먼저 시작됐다는 설도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데운 레드 와인을 ‘글뤼바인Glühwein’이라고 부릅니다.
뱅쇼를 만들려면 레드 와인 2병, 오렌지, 레몬, 사과, 파인애플 등의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에 마지막으로 생강과 계피까지 같이 준비합니다. 그러고는 준비한 재료를 한꺼번에 큰 냄비에 넣고 뚜껑을 덮지 않은 상태로 끓입니다. 술을 끓이면 알코올 성분이 많이 날아가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료가 됩니다. 취향에 따라 술기운을 즐기고 싶다면 끓이는 시간을 20분 이내로 짧게 하면 됩니다. 스트라스부르의 크리스마스 장터엔 뱅쇼와 크레페 파는 가게가 몇 곳 있습니다. 뱅쇼를 파는 젊은 주인은 영하 10도의 추운 날씨 속에서도 땀을 흘리며 와인을 끓이고 있었고 관광객과 쇼핑객들은 즐겁게 지켜보며 주문한 뱅쇼가 나오기를 기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