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가 '북유럽 사람들이 오늘도 행복한 이유, 궁금해요?'인 '놀러 와요, 북유럽살롱'(정민혜 지음) 중 'Salon 2. 오래 머물게 된 건, 사람들 때문이었다 - 북유럽에서 만난 사람들이 들려준 평범하고도 특별한 이야기'의 '14. 함스타드에서 보낸 첫 스웨덴식 크리스마스'를 읽었다. 잉마르 베리만(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의 영화 '화니와 알렉산더' 이야기로 시작한다.
New trailer for Fanny and Alexander - back in cinemas for Christmas | BFI 2022
[차라리 청빈함을 택하리 - ‘화니와 알렉산더’를 보며 북유럽의 검박한 생활 미학을 생각하다]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68209
Halmstad, Sverige - 사진: Unsplash의Nik Nikolla 2021년 12월 16일에 게시됨 * 할름스타드 Halmstad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24h3127a
Glögg (Swedish mulled wine) By Mr.choppers - Own work, CC BY-SA 3.0, 위키미디어커먼즈
https://v.daum.net/v/20190628060604912
스웨덴이 낳은 영화 거장 잉그마르 베르히만Ingmar Bergman이 유년시절 추억을 담아 만든 자전적 영화 <화니와 알렉산더Fanny och Alexander, 1982>는 성대한 크리스마스이브 파티로 시작한다.
20세기 초, 극장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두어 상류층 가정에서 자란 소년 알렉산더의 눈에 비친 크리스마스는 행복하기만 하다. 온 가족이 촛불을 밝힌 테이블에 둘러앉아 율보드Julbord(크리스마스 만찬)를 즐기며, 모두가 웃는 얼굴로 서로에게 "갓 율God Jul(메리 크리스마스)!"을 외친다. 그러고는 크리스마스 노래를 부르며 손에 손을 잡고 춤을 춘다.
아침저녁으로 찬 공기에 입김이 나오기 시작하는 10월부터 스톡홀름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만연하다.
12월이 되면 본격적으로 크리스마스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집집마다 12월 1일부터 24일까지 매일 한 장씩 넘기면 새로운 그림이나 초콜릿이 나오는 크리스마스 달력Advent calendar을 거는 것은 기본이다.
스웨덴 친구 에릭과 그의 누나가 가족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에 나를 초대했다. 서둘러 그들의 고향인 함스타드Halmstad행 기차를 예약했다. 스웨덴 서남쪽에 위치한 항구도시 함스타드는 인구 8만 명의 작은 도시이지만 아름다운 해변 덕분에 여름이면 휴양지로 탈바꿈하는 곳이다. 나는 그곳에서 잊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며칠 전 내린 눈이 녹지 않아 창밖에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장작이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벽난로 앞에 앉아 에릭이 어릴 때 떠났다는 프랑스에서의 가족여행 비디오를 보았다. 5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건강한 모습을 보던 두 남매가 눈시울을 붉힌다. 나는 슬그머니 부엌으로 가서 시나몬, 카더몬, 오렌지 껍질 등의 향신료를 와인과 함께 끓인 글록Glögg을 데웠다. 언제 맡아도 좋은 계피향이 오래된 주방을 가득 채우자 잠시 외로움이 몰려왔다. 가족들이 보고 싶었다. 화려하게 장식된 크리스마스 쇼윈도를 바깥에서 바라볼 때의 쓸쓸함과 비슷한 마음이었다. 눈물을 쓱 닦고, 글록과 간식을 담은 쟁반을 들고 나가 오늘만큼은 내 가족 같은 사람들을 껴안으며 외쳤다. "God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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