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아'(호메로스 지음, 김대웅 옮김) 중 '제5권 칼립소 섬에서 풀려나온 오디세우스'의 마지막 부분이다. 아테나 여신이시여, 제 눈꺼풀도 살며시 잡아당겨 주소서.
Athena, 1810 - Orest Kiprensky - WikiArt.org
오디세우스는 두 낮과 두 밤 동안을 사경을 헤매면서 버틴 결과, 마침내 사흘 만에 가까운 육지를 볼 수 있었다. 파도에 떠밀려 학수고대하던 흙을 가까이서 보았을 때 그는 이미 기진한 상태였다. 육지를 코앞에 두고 또 한 차례의 거대한 파도를 만났는데, 만약 여신 아테나의 배려가 없었던들 ― 아테나는 그가 두 손을 뻗쳐 바위를 붙들고서 큰 파도가 지나갈 때까지 거기에 매달려 있도록 했다 ― 그는 운명을 넘어서 목숨을 잃어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바다로 통한 냇물로 떠밀려 들어온 그는 혼신을 다해 그곳에서 나와 추위를 면할 생각으로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닥치는 대로 낙엽을 긁어모은 다음 그 속에 몸을 묻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죽은 듯이 눈을 감아버렸다. 그의 눈 위에 아테나 여신이 잠을 쏟아 넣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가 지독한 고역으로부터의 피로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회복되도록 눈꺼풀을 살며시 잡아당겼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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