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olingenFan95 - Own work, CC BY-SA 4.0, 위키미디어커먼즈




대표작 〈카페 뮐러〉(1978년 초연) 무대는 어두컴컴한 카페다. 목제 의자 수십 개가 아무렇게 흩어져 있다. 카페 안으로 여자가 들어온다. 하얀 잠옷을 입은 여자는 두 눈을 감고 몽유병 환자처럼 카페 안을 떠돈다. 이어서 남자 웨이터가 등장한다. 그는 무아지경으로 움직이는 여자를 따라다닌다. 여자가 의자에 부딪히지 않도록 웨이터는 필사적으로 장애물을 치우며 길을 만든다.

〈카페 뮐러〉는 피나의 유년 시절 기억이 녹아든 작품이다. 그는 1940년 독일 소도시 졸링겐에서 태어났다. 부모는 작은 여관을 운영했다. 피나는 여관에 딸린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며 사람들을 관찰했다. 소녀는 이런 풍경을 봤을 것이다. 식은 커피를 앞에 두 고 막연히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자, 이별을 앞둔 연인의 초조한 눈빛, 커다란 짐 가방을 들고 주변을 살피는 남자. 패전국가의 음울한 공기를 마시며 살아가는 어른들. 피나는 훗날 이 불안한 영혼들을 무대로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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