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김은주 지음)의 한나 아렌트 편이 아래 옮긴 글의 출처이다.
The Human Condition 1st edition 출처 https://en.wikipedia.org/w/index.php?curid=48827588
Birth, c.1941 - Jackson Pollock - WikiArt.org
잭슨 폴록 - Daum 백과
아렌트는 철학사에 ‘탄생성’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제시했다. 오랫동안 철학자들은 "철학함이란 죽어가는 것을 배우는 것"이라는 몽테뉴의 말에 따라 철학을 죽음과 관련시켰다. 한때 아렌트의 연인이었다고 기록된, 마르틴 하이데거 역시 그랬다. 혹자는 아렌트의 철학을 하이데거의 영향으로 해석하려 시도했지만,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서 "인간사의 영역인 세계를 그것의 정상적이고 ‘자연적’ 황폐화로부터 구원하는 기적은 궁극적으로 다름 아닌 탄생성이다. (…) 달리 말하면 기적은 새로운 인간의 탄생과 새로운 시작, 즉 인간이 탄생함으로써 할 수 있는 행위다"라고 쓰며, 진정한 삶을 죽음 이후로 여기는 오래된 악습에서 벗어나, 지상에서의 탄생에서 비롯한 생생한 삶을 기꺼이 긍정한다.
아렌트는 탄생성 개념을 통해서, 육체는 정신의 감옥이라 여겨온 서양 철학의 오랜 화두인 철학과 죽음 사이의 친화성을 깨뜨리는 것이다. 탄생은 중요하다. 아렌트의 말을 빌자면,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 어떤 종류의 집단에 속하게 된다". 이러한 태어남–탄생으로 인해 우리는 세상에 속한다. 탄생성은 우리에게 공동체에 속함을 깨닫게 하고 ‘함께 살아감’으로 나아가게 하며, 이것은 공공성을 향한 노력으로 발전한다. 죽음이 아닌 탄생이 인간의 조건을 규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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