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o Tolstoy reading, 1891 - Ilya Repin - WikiArt.org

Leo Tolstoy working at the round table, 1891 - Ilya Repin - WikiArt.org






"네베로프는 우리 건물 수위가 말한 것처럼 세상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훌륭한 사람이었어요. 네…… 그 사람은 정말 온몸이 유리처럼 훤히 들여다보이는 영롱한 사람이었어요. 네…… 그는 거짓말은커녕 숨길 줄도 몰랐어요.

너무 투명해서 단지 피부가 얇은 게 아니라 피부를 벗겨내 신경까지 드러난 사람 같았습니다. 네…… 복잡하고 풍부한 성품을 가진 사람이지 몽상가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요, 이렇게 말한들 무슨 소용이겠어요!

우리의 적들은 논쟁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뭘 해야 할지 잘 알고 있거든요. 적들은 수십 수백 명의 사람들이 죽든 말든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자들입니다! 오히려 그자들은 훌륭한 사람들이 하루빨리 죽어버리길 바라고 있습니다."

네흘류도프는 난간 앞에 서서 넓은 강을 빠르게 흐르는 물살을 보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두 명의 얼굴이 번갈아 떠올랐다. 마차 진동 때문에 머리까지 파르르 떨리던, 죽음에 임박한 크릴초프의 분노에 불타는 얼굴과 길 가장자리를 따라 시몬손과 함께 씩씩하게 행군하던 카츄샤의 모습이었다.

죽어가면서도 죽음을 준비하지 않는 크릴초프의 모습은 괴롭고도 슬펐다. 반면 굳건하고 올바른 선행의 길에 들어선데다가 시몬손처럼 훌륭한 사람과 사랑에 빠진 카츄샤의 씩씩한 모습은 당연히 기뻐할 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네흘류도프는 괴로웠고 그 괴로움을 이겨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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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10-12 1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제가 좋아하는 톨 할배네요. 멋지네요.
부활이 리커버로 나왔군요. 몰랐습니다. 다시 읽고 싶네요. 마음만. ㅋ 부활은 사랑입니다. 👍 ㅋㅋ

서곡 2023-10-12 16:14   좋아요 1 | URL
아 이 번역본은 전자책 온리입니다 원래 문동 세계문학전집에 속해 있었는데 작년에 박형규 교수님 번역본으로 대체하고 이 역자의 것은 따로 ‘독립‘시키면서 전자책만 남겨두었나봐요 / 톨 할배님 저는 좋아하진 않는데 미워하기는 어렵네요 이게 무슨? ㅎ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yamoo 2023-10-12 1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부활을 읽고 왜 명불허전의 고전인지 재차 알았습니다. 톨스토이 정주행하려고 보니 주저들의 두깨에 혀을 내두릅니다..^^;;

서곡 2023-10-12 16:15   좋아요 0 | URL
부활이 다른 대표작에 비해 예술성이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필력 좋고 심지어 재미도 있더라고요 괜히 대문호가 아니라는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