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발췌한 '관계의 말들'(홍승은)은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 인용구로 시작한다.




도리스 레싱 1984년6월 By Larry Armstrong, Los Angeles Times - CC BY-SA 4.0, 키미디어커먼즈






12년 동안 나는 단 한 순간도 혼자였던 적이 없어. 나만의 시간이 없었어. 그러니까 이제 다시 나 자신이 되는 법을 배워야 해. - 도리스 레싱, 『19호실로 가다』(문예출판사, 2018)

내가 열세 살 무렵, 당시 삼십 대 중반이었던 엄마는 며칠 동안 집을 나갔다. 그때 엄마는 자기를 삼킨 역할에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집에서 편하게 숨을 쉬기 어려웠다고 했다. 어느 봄, 무작정 짐을 챙겨 춘천역 근처 허름한 여관으로 갔다. 여관 주인은 혼자 온 엄마를 보고 출장 왔냐고 물었고, 엄마는 그렇다고 답했다. 집을 벗어난 2박 3일 동안 엄마는 글도 쓰고 노래도 부르고 술도 마시고 산책도 했다.

누구에게나 도리스 레싱의 이 문장이 간절해지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녀는 혼자였다. 그녀는 혼자였다. 그녀는 혼자였다. 자신을 짓누르던 압박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 문장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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