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nst Jünger WW1 (1918)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윙거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17a1097a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은 독일의 작가로서 저서 세 권이 우리 나라에 번역된 걸로 검색된다. 그리고 '세상을 바꾼 전쟁의 모든 것'이란 책에 윙어가 쓴 '강철 폭풍 속에서'가 언급되며 로베르토 볼라뇨의 소설 '칠레의 밤'에 에른스트 윙어가 나온다.
에른스트 융거는 이 여름방학에 슈타인후더 해 근처 레부르크의 브루넨슈트라세에 있는 고향집 빌라에서 지루해하고 있다. 집 옆으로 오래된 떡갈나무들이 솨솨 소리를 내고, 앞은 탁 트여 멀리까지 내다보인다. 그러나 융거는 온갖 작은 탑들과 돌출창들이 있는 이 집에 갇혀 있는 기분이다.
에른스트 융거는 이 방에 있으면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는 다락방에 있는 자기 침대에 누워 아프리카 탐사 이야기를 다시 읽는다. 비가 내리고 있다. 그러나 태양이 잠깐 얼굴을 내밀기가 무섭게, 강렬한 여름햇살이 몇 분 만에 바깥 공기를 따뜻하게 데워놓는다. 융거는 창문을 열고, 그의 부모는 소풍을 간다. 정원에 있는 거대한 철쭉 관목들의 단단한 잎들에서 몇 분 동안이나 빗방울이 무겁게 땅으로 떨어진다. 융거 귀에도 그 소리가 들린다. 뚝, 뚝, 뚝. 그것만 빼면 죽은 듯이 고요한 8월 한낮이다.
이때 열여덟 살의 에른스트는 큰 곡선 모양으로 나 있는 짙은 갈색 계단을 내려가 옷 보관실로 가서는 저 안쪽에서 고급 털을 덧댄 두꺼운 겨울외투를 꺼낸다. 그는 모자장에서 털모자도 꺼낸 다음 집에서 슬그머니 빠져나온다. 밖은 31도나 되는 후텁지근한 날씨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융거는 철쭉 덤불 사이를 지나 온실로 이어지는 좁은 길을 걸어간다. 아버지는 이 온실에서 열대식물들과 야채를 기른다. 융거가 오이 재배실 문을 여니, 꽉 막혀 있던 습한 열기가 얼굴을 덮친다. 융거는 재빨리 문을 닫고는, 겨울외투를 입고 털모자를 쓰고서 화분 옆에 있는 나무로 된 간이 의자에 앉는다. 오이 가지들이 초록색 혀처럼 날름거리며 제멋대로 꼬불꼬불 위로 뻗어 있다. 때는 낮 2시다. 온실 온도계는 42도를 가리키고 있다. 융거는 웃는다. 아프리카라도 이보다 더 덥지는 않을 거야, 라고 그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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