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팔월의 빛'(포크너)을 재독할까 했었다. 재완독은 못 하더라도 발췌독 정도는 하려다가 딴 독서로 시간을 보내버려 요약본 오디오북을 듣는 정도에 그쳤다. '팔월의 빛'을 읽게 된 계기는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와 영화 '그린 마일'(1999)이다. 킹의 원작 '그린 마일'을 읽진 않았지만 영화로 본 등장인물 존 커피는 잊기 어려운 강렬한 인물이다. 이름의 사연이 '유혹하는 글쓰기'에 설명되고 여기에 바로 '팔월의 빛' 속 조 크리스마스가 나타난다.





《그린마일The Green Mile》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나는 죄없는 주인공이 곧 남의 범죄 때문에 처형될 처지에 놓인다는 것을 깨닫고 그에게 J.C.라는 머리글자를 붙여주었다.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결백했던사람[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킴-옮긴이]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었다. 내가 이런 수법을 처음 본 것은 《팔월의 빛 Light in August》(지금도 포크너의 소설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다)이었는데, 거기 나오는 희생양의 이름은 조 크리스마스였다. 그리하여 사형수 존 바우스는 존 커피가 되었다.

J.C.가 죽게 될지 살게 될지는 이 책을 거의 다 끝낼 때까지 나 자신도 알지 못했다. 그가 마음에 들고 또 불쌍하기도 해서 웬만하면 살기를 ‘바랐지만’, 죽든 살든 머리글자 때문에 손해볼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몇몇 비평가들은 내가 선택한 머리글자의 상징성이 너무 단순하다고 비난했다. 내 반응은 이랬다. ‘무슨 첨단 과학도 아닌데 꼭 복잡해야 되남?’ 제발 그러지들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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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티븐 킹 - 유혹하는 글쓰기 / 캐리
    from 에그몬트 서곡 2023-09-09 12:02 
    포크너의 '8월의 빛'을 내가 읽게 된 계기가 들어 있는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오랜만에 펼쳤다가 이 책에서 내게 가장 재미있는 대목이었던 걸로 기억하는 첫 장편 '캐리' 부분을 다시 읽었다. * 아래 발췌글에 나온 '태비'는 스티븐 킹의 부인이다. 영화 캐리 1976 포스터 Fair use, https://en.wikipedia.org/w/index.php?curid=5099912 영화 캐리 2013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