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발췌한 글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달님이 본 것'(일명 '그림 없는 그림책')이 출처이다. 


루브르의 열주 앞, 1830년 7월 당시 희생자들의 임시 무덤 Tombe provisoire des victimes des journées de juillet 1830, devant la colonnade du Louvre By Alexandre Barouillet -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커먼즈

 

7월 혁명과 7월 왕정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63XX18400103(이야기 프랑스사)

 

Scene of July 1830 By Léon Cogniet -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어제는 번잡한 도시, 파리를 내려다보았어. 내 눈은 루브르 궁전 속을 꿰뚫고 들어갔지. 초라한 행색의 어떤 할머니가―그 할머니는 노동자 계급이었어―잔심부름하는 하인을 따라서 텅 비어 있는 거대한 알현실로 들어갔어. 할머니가 그 방을 꼭 보고 싶어 했거든.

"바로 여기였어요! 바로 여기!" 할머니가 말했어. 그리고는 가장자리가 금실로 장식된 화려한 벨벳 덮개가 덮여 있는 왕좌로 다가갔어. "저기예요! 저기!"

7월 혁명이 한창이던 때, 가장 빛나는 승리를 거두었던 바로 그날 저녁이었어. 모든 집들은 요새가 되었고 창문은 모두 바리케이드가 되었지.

다 해진 옷을 입은 어린 소년이 나이든 반란군들 틈에 끼어 용감하게 싸우고 있었어. 그러다가 결국 총검에 여러 번이나 찔려 치명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졌어. 바로 그 알현실에서 일어난 일이었어.

그 호화로운 방에서 싸우는 반란군! 찢어진 군기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삼색기가 총검 위에서 펄럭이고 있었지. 그리고 왕좌 위에는 가난한 소년이 영광에 빛나는 창백한 얼굴로 누워 있었어. 두 눈은 하늘을 향하고, 두 팔은 죽어서 뻣뻣하게 굳어지고, 드러난 가슴과 너덜너덜한 옷은 은빛 백합이 수놓아진 화려한 벨벳에 반쯤 가려진 채.

나의 빛살이 그의 무덤 위에 놓인 마른 화환에 입 맞추었어. 그리고 오늘밤, 할머니가 꿈속에서 프랑스 왕좌 위에 누워 있는 가여운 소년을 보고 있는 동안, 그녀의 이마에도 입 맞추어 주었지. - 다섯 번째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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