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고드윈 (퍼블릭도메인, 위키미디어커먼즈)


'프랑켄슈타인'를 쓴 메리 셸리의 아버지 윌리엄 고드윈의 저서 '질문하는 법'(원제 The Enquirer: Reflections on Education, Manners, and Literature)에 실린 글 '어린 시절의 독서 취미' 중 마지막 부분을 발췌했다. '옮긴이의 말'도 일부 가져왔다. 고드윈과 결혼한 메리 셸리의 어머니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여권의 옹호' 또는 '여성의 권리옹호' - 원제 A Vindication of the Rights of Woman (1792) - 를 썼다. 


어린 시절에 형성된 독서 취미가 재능을 가진 사람의 가장 뚜렷한 표식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주어진 환경이 적절치 않다면 어린 독자는 그저 비생산적인 허영 덩어리나 문학적인 게으름뱅이가 될 수도 있다. 태어날 때부터 무르익은 천재성은 금방 소멸해 버릴 운명일지도 모른다. 천재가 될 수많은 재목이 때 아닌 불행을 겪으며 재능이 채 무르익기도 전에 스러져 간다. 그렇지만 가장 두려운 일은 인생의 거친 역풍이 재능을 가진 모험가를 천 마일쯤 날려 버려 재능과 상관없는 노예 노동에 시달리는 신세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역풍은 평온한 여가가 주는 온화한 영향을 그가 누리지 못하게 하거나 기후가 음산한 지역으로 그를 몰아넣어 반쯤 핀 희망의 꽃을 돌이킬 수 없이 망가뜨린다.*

* 봄의 꽃이 봉오리를 채 벌리기도 전에 벌레가 너무 자주 갉아먹고, 아침 이슬과 같은 청춘의 때에는 전염성 독기에 가장 약한 법이다. (「햄릿」 1막 3장)

사고방식이 천재의 본질을 설명해 준다면, 그것은 노동의 희생양도, 공포와 좌절과 혐오감의 노예도 되어선 안 된다. 진짜 위험은 바로 이것일지 모른다. 잘난 척하는 속물이 되는 것. 그런 성향이 어릴 때 형성된 독서 취미 때문인지 아니면 오히려 불행히도 너무 늦은 나이에 독서를 취미로 삼은 탓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 어린 시절의 독서 취미

누군가가 시간 여행을 데려가 준다면 1797년 3월 29일 런던 북서부의 서머스타운으로 가 보고 싶습니다.

이날 서머스타운의 세인트팽크러스교회에서 한 쌍의 남녀가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여성은 이미 다른 사람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가 있었지만 남성은 개의치 않았지요. 두 사람은 몇 년 전에 서로 알고 지내던 출판업자의 집에서 처음 만났고, 이후 여자가 쓴 책을 읽고 남자는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읽고 나서 저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책이 있다면, 바로 이 책이 그렇다."

윌리엄 고드윈과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결혼한 그해 8월에 딸을 얻었습니다. 바로 『프랑켄슈타인』을 쓴 작가 메리 셸리입니다. 그리고 같은 해에 윌리엄 고드윈은 이 책 『질문하는 법』을 썼습니다. 태어날 아이를, 그리고 아마도 아내가 데려왔을 다른 아이도 키워야 하는 아버지로서, 그리고 책을 사랑하는 독자이자 작가로서 쓴 책이었습니다. -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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