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 투하 후의 일본 히로시마 By US government


히로시마 원폭돔 Hiroshima Peace Memorial


히로시마 원폭 투하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63XX65800107




오랫동안 두려워하던 일이, 결국 올 것이 오고 말았다. 차라리 후련한 심정으로 내가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되돌아보았다. 진작부터 이 나라 사람 둘 중 하나는 살아남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문득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과 그 의미에 몸이 푸르르 떨렸다.

이 일을 글로 써서 남겨야 한다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번 공습의 진상을 거의 모르고 있었다.

한동안 잦아들었던 강 건너 불길이 어느새 다시 거세졌다. 이번에는 뻘건 불길 사이로 시커먼 연기가 보였는데, 그 검은 덩어리가 무서운 속도로 커지더니 불길이 더욱 거세졌다. 하지만 그 기분 나쁜 불길도 타오를 만큼 탄 뒤에는 공허한 잔해만 남기고 말았다.

나는 그때 강 아래쪽 하늘에서, 바로 강 한복판 부분에서 무서우리만치 투명한 공기층이 흔들리며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회오리바람이다.’라고 생각하는 중에도 뜨거운 바람이 벌써 머리 위를 스쳐 지나고 있었다. 주변 초목이 모두 흔들리더니 뿌리째 뽑혀 하늘로 빨려 올라갔다. 하늘로 날아올랐던 풀과 나무는 화살 같은 기세로 혼탁한 공기 속을 떨어져 내렸다. 이때 주변 공기가 어떤 색이었는지 나는 또렷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아마 지독하게 음산한, 지옥을 그린 옛 그림 속에서 볼 수 있는 희미한 녹색 빛에 싸여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작은 뗏목을 발견해 밧줄을 풀고 강 건너편으로 저어 갔다. 뗏목이 건너편 기슭에 이르니 주위는 이미 어둑어둑한 상태였는데 수많은 부상자가 있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필드 2023-08-22 2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봤던 오펜하이머가 생각나네여 🥲

서곡 2023-08-23 09:46   좋아요 2 | URL
아 전 아직 못 봤습니다 / 일본 제국주의의 전쟁책임 식민국가책임이야 당연히 물어야 되지만 별개로 원폭 피해 너무 참혹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