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 외'(붉은여우 옮김)는 희곡을 이야기체로 축약한 책으로서 아래 옮긴 글만으로는, 해설(김욱동)이 말하는 우연의 작용이 상세히 드러나지 않는다(원문은 따로 올릴 것이다). 하여간에 다 전염병 탓이다!
* 다음은 이 책의 표지에 쓰인 그림이다. 창문 스테인드글라스의 붉은 색, 로미오의 붉은 소매와 레깅스, 결정적으로 줄리엣의 맨발을 돋보이게 하는 붉은 슬리퍼가 연인의 격정을 표현하고 있다(오른편의 그리스도상과 지켜보는 유모도 놓치면 안 된다) .
로미오와 줄리엣 1823 By Francesco Hayez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커먼즈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초기 작품이기 때문에 고대 그리스 비극에서 볼 수 있는 흔적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이 작품에서 주인공이 비극적 파멸을 맞는 데에는 우연과 운명이 적잖이 작용한다. 로미오가 줄리엣이 죽었다고 착각하는 것도, 로렌스 신부의 편지를 받지 못하는 것도 하나같이 우연 때문이다. - 해설(김욱동)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자, 로미오는 베로나를 향해 정신없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로미오가 이렇듯 비장하게 베로나로 달려가고 있을 때, 성당에서는 존 신부와 로렌스 신부가 마주 앉아 있었다.
존 신부는 로렌스 신부가 만토바의 로미오에게 심부름을 보냈던 신부이다.
"만토바로부터 오시느라 수고했소. 로미오의 대답은?"
로렌스 신부가 어두운 얼굴로 존 신부에게 물었다.
"전염병 때문에 성문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되돌아왔습니다."
"그럼 내 편지는 누가 로미오에게 전해 주었소?"
"죄송합니다. 병에 전염될까 봐 모두들 무서워하는 바람에, 그곳으로 가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 이렇게 도로 가져왔습니다."
로렌스 신부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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