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초 -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작가의 계절' 중 시마자키 도손이 쓴 '짧은 여름밤'이 아래 옮긴 글의 출처이다. 비 내린 후 - 내가 사는 여기는 비가 그쳤다 - 이 시간(오후 여덟시 반 직전)에 어울리는 내용이다.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13s1770a 본명은 시마자키 하루키.
시마자키 도손은 유럽에서 돌아온 뒤 1918년 도쿄 아자부 이쿠라 마을로 이사했다. 당시 아자부는 숲속 고지대라 개발이 늦은 탓에 도심이긴 했지만 한가로운 전원 풍경을 간직하고 있었다. 거처를 자주 옮겼던 것과 달리 조용한 이쿠라 마을이 마음에 들었는지 1936년 니혼바시로 이사하기까지 18년 동안 살았다. 1922년에는 일상 이야기를 담은 감상집 『이쿠라 소식』을 펴내기도 했다. 세상을 떠나기 직전 그가 남긴 말은 "시원한 바람이 부네"였다.「짧은 여름밤」은 1930년 10월 출간된 『거리에서』에 실린 글이다.
매일같이 비가 내리더니 어느새 장마가 걷히는 계절로 접어든다. 마을을 소리치며 돌아다니는 대나무 장대 장수 목소리는 이 계절에 잘 어울린다.
밤이 짧은 여름철이 내 마음을 끄는 이유는 석양이 길어서이기도 하다. 1년 가운데 반이 낮이고 반이 밤인 북쪽 나라를 상상하지 않더라도 석양과 새벽이 꽤 가까워진다. 오후 7시 반이 넘어야 어두워지고 어두운 밤이 오전 3시 반이나 4시 가까이면 밝아진다. 그 풍경을 떠올리면 즐겁다. 아직 우리가 잠에서 깨지 못한 채 반쯤 꿈을 꾸는 동안 밖은 이미 환해지고 있다. 생각하면 흐뭇하다.
이슬에 젖은 파초 잎사귀에서 서늘한 아침 물방울이 떨어지는 날이 찾아왔다. 이 물방울도 여름을 특별하게 만든다. 정말이지 입이 딱 벌어질 만큼 아름답다. 오랜 장마가 이어질 때는 종종 마당에 있는 파초 가까운 곳에 선다. 풋풋한 꿈이라도 가득 담았는지 돌돌 말린 잿빛 감도는 푸른 잎이 열려간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적지 않은 시간을 흘려보낸다. - 시마자키 도손, 짧은 여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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