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지식백과] 서부전선 이상없다 [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 (세계영화작품사전 : 전쟁의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 최은영, 김혜리)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073076&cid=42621&categoryId=44426




몇 달이 후딱 지나간다. 1918년 이번 여름만큼 많은 피를 흘린 적도 없을 것이다. 나날은 금색과 푸른색 옷을 입은 천사처럼 왠지 이해할 수 없지만 섬멸의 링 위를 맴돌고 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우리가 전쟁에서 질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는다. 우리는 퇴각하고 있으며, 이번의 대공세 이후에는 다시는 공격할 수 없을 것이다. 아군은 인원도 탄환도 이제 바닥이 나고 말았다.

하지만 1918년 여름에 출정은 계속되고 죽음도 그치지 않는다. 비록 초라한 모습이긴 하지만 이곳 생활이 지금처럼 우리에게 간절히 여겨진 적은 없었다. 우리의 숙소 주변 초원에 피어난 붉은 양귀비꽃, 풀줄기에 달라붙은 매끈매끈한 딱정벌레, 어스름하고 서늘한 방 안에 스며드는 따스한 저녁노을, 해 질 녘의 신비스러운 검은 나무들, 하늘에 떠 있는 별들과 흐르는 물, 꿈들과 오랜 수면 ─ 아, 이런 생활, 생활,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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