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 - 행복 / 장미








큐 가든(사진: UnsplashElliot Parker) * 다음의 책들에도 번역된 울프의 단편 'Kew Gardens'가 실려 있다. 아래 옮긴 글의 출처는 버지니아울프단편소설전집(하늘연못, 유진 역)으로 한글제목은 '큐 국립식물원'이다.


꽃잎이 여름날의 산들바람에도 흔들릴 만큼 컸다. 꽃잎이 흔들리면 빨간 빛, 파란 빛, 노란 빛이 서로 겹쳐져서 그 밑에 있는 갈색 땅에 세 가지 색깔이 섞인 작은 점이 생기곤 했다.

홀연 머리 위에서 산들바람이 휙 불었다. 그러자 그 영롱하고 축축한 빛깔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7월 어느 날 큐 국립식물원에서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의 눈 속으로 들어갔다.

날씨가 정말 더웠다. 얼마나 더운지 개똥지빠귀조차 꽃나무 그늘 속에서 기계로 만든 새처럼 깡충깡충 뛰었다. 한 번 뛰고 나서 다시 뛸 때까지는 상당한 간격이 있었다. 하얀 나비들도 한가로이 사방을 날아다니지 않고 한데 모여 팔랑거렸다. 날개에서 키 큰 꽃나무 위로 떨어지는 하얀 가루가 부서진 대리석 기둥 같았다. 반짝이는 녹색 우산들로 가득 찬 시장이 해가 나자 문을 연 것처럼, 야자수 재배 온실의 유리 지붕이 눈부시게 빛났다.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 속에서 여름 하늘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격렬한 열정을 토해냈다. - 큐 국립식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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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4 13: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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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4 14: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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