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구나 비치 Pixabay로부터 입수된 bianca-stock-photos님의 이미지 입니다. 게시일: 2020년 4월 24일 * [네이버 지식백과] 라구나 비치 [Laguna Beach]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359018&cid=40942&categoryId=34126


박완서 단편집 '그리움을 위하여'와 '친절한 복희씨'에 실린 '후남아, 밥먹어라'로부터 옮긴다. 후남은 미국으로 이민간 남성과 결혼하여 한국을 떠난 여성이다. 라구나 비치에서의 부분은 후남의 남편이 화자이고, 언니와 통화하는 부분은 후남이 화자이다. 


식당을 쉬는 날 아내를 데리고 집에서 가까운 라구나 비치로 피크닉을 간 적이 있다. 이민 초기 이 큰 나라에서 툭하면 왜 그렇게 가슴이 답답해지곤 했던지, 가슴이 옥죄어 미칠 것 같을 때 그 바닷가에 가면 속에 맺혔던 게 탁 터지면서 갈매기처럼 미소하고 자유로워지는 걸 느끼곤 했다. 그는 아내에게도 그 아름다운 비치가 위안이 되길 바랐다. 어머머, 지구가 정말로 둥그네. 그게 아내의 첫 탄성이었다. 뭘 보고 지구가 둥글다는 건지 처음에 그는 아내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내가 수평선을 가리켰다. 섬도, 곶도, 시야를 방해하는 아무것도 없이 열린 수평선은 아닌 게 아니라 완만한 호로 보였다.

"가끔 네 생각은 나시나봐. 우리 딸막내 어디 가서 밥이나 안 굶나, 하시면서 먼 산을 바라보신단다." "딸막내가 뭐야?" "네가 딸로는 막내 아니냐?"

딸막내, 얼마나 예쁜 이름인가. 막내딸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진작 좀 그렇게 불러주지. 원망인지 그리움인지 모를 격정이 복받쳐 더는 통화를 잇지 못했다. - 후남아, 밥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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