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여성 김일엽(본명 원주)은 세상의 왈가왈부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최선의 수단이 출가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입산하기로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에 관하여 쓴 부분을 아래 옮긴다. 춘원 이광수도 이 회고담에 등장한다.
Narcisse a youth, 1911 - Leon Bakst - WikiArt.org
나는 내게 있는 것은 다 쏟아내고 지내는 그러한 여인이라, 곧 사랑도 못 믿을 것으로 느낀 그 심정을 동아일보에 발표하였더니, 그때 그 신문 편집자인 설의식씨가 가십난에 "눈 가리고 아옹!"이라고, "그대가 사랑을 버리고 살아!"하면서 비웃는 말을 했다.
내가 시비할 마음으로 간 것은 아닌 것 같은데 그 이튿날 그 편집실에 갔더니, 설 씨는 얼굴빛이 핼쑥하게 변해지고, 국장인 이광수씨는 "공인이기 때문에 옳고 그르건 간에 공언을 듣게 되는 것이니 어찌 생각하지는 마오"하고 위로인지 사과인지 부드러운 말로 일러주던 기억이 떠올라 지금도 나의 미소가 내 눈가를 가늘게 주름 잡히게 한다.
그때 곧 입산하려는 생각을 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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