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호프의 희곡 「벚나무 동산」 다시 읽기, 김규종, 2010 https://www.kci.go.kr/kciportal/landing/article.kci?arti_id=ART001486515 


다른 건 둘째 치더라도 솔직히 작은 배 같은 나에게 운명은 폭풍과도 같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 아침만 해도 잠에서 깨어나 보니 내 가슴 위에 커다랗고 무시무시한 거미가 올라타 있어요……. 이렇게 큰……. (두 손으로 크기를 나타내 보인다.) 내 생각이 틀렸다면,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 집에서 살아서 이젠 거친 일은 할 수 없어요. 귀족 아가씨처럼 새하얘진 이 손 좀 보세요. 연약하고 섬세하고 고상해져 항상 겁이 나요……. 두려워요.

죄송합니다만, 당신들과 같이 경솔하고 비현실적이고 기이한 사람은 처음 봤습니다. 전 다른 나라 말로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당신의 영지는 팔리게 됐다고요. 정말 못 알아듣겠습니까?

난 항상 머리 위로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걸 기다리는 것 같아요.

내가 사탕을 너무 먹어 재산을 탕진했다고 하더군……. (웃는다.)

오, 나의 죄……. 난 항상 미친 듯이 돈을 써댔어. 게다가 빚이나 지고 다니는 사람과 결혼했지. 그 남잔 너무 마셔대서 샴페인 때문에 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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