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벌써 오후 다섯 시 반이 다 되어가는데 커피를 한 잔 더 마시고 싶다. 안 된다. 디카페인이라도? 그래도 안 된다. 차라리 맥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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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끝났다. 시간을 낭비하고 쓸데없이 불안해하며 보낸 날들과 하얗게 지새운 파리의 숱한 밤은, 이제 그만하면 됐다. 겨울은 지나갔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어떤 것이 일어나야만 했다. 글로 쓰인 어떤 것이. 이런 잃어버린 낙원이길 그만 두고, 주인공들이 전설이길 그만둔 책이. ...... 그래서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떠나는 것이다. 눈 속에 고립된 산장으로. ...... 그때 우리가 부러워한 사람은 이젠 플로베르가 아니라 발자크였다. 그가 하얗게 지새운 밤들과 그가 쉬지 않고 마시던 커피였다. 더 이상 조용한 생활도 똑 부러지는 계획도 없고, 누에고치가 돼 버린 눈이 지겨워 미칠 지경이다. ......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죠." 우린 언제 우리의 불면증에서 깨어나게 될까. - 눈 속에서 글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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