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sk of the Red Death, Odilon Redon, 1883 처:위키아트 *[네이버 지식백과]오딜롱 르동 [Odilon Redon] (미술대사전(인명편), 1998., 한국사전연구사 편집부)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66146&cid=42636&categoryId=42636


밤은 더욱 깊어갔다. 핏빛 창으로 진홍빛이 흐르고, 벽에 비친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사람들을 흠칫흠칫 전율케 했다. 어쩌다 실수로라도 검정 담비 양탄자 위로 발을 들여 놓는 사람의 귀에는 흑단 시계 종소리가, 다른 방에서 흥겨움에 빠져 있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장중하게 들렸다.

검은 방을 제외한 다른 방들은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였고 그곳에서는 삶의 심장이 뜨겁게 뛰었다. 무도회는 소용돌이치듯 계속 되었고, 드디어 밤 12시를 알리는 시계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음악이 멎었다. 왈츠를 추던 사람들도 조용히 멈춰 섰다. 불안한 침묵이 흘렀다.

시계 종소리가 12번 울리는 동안 무도회를 즐기던 사람들 중에서 생각이 깊은 사람들에게는 좀 더 많은 생각이 좀 더 오랫동안 떠올랐다. 그리고 시계 종소리의 마지막 메아리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그들은 이제까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던 새로운 가면을 쓴 존재를 알아차렸다. 이 새로운 존재에 대한 수군거림이 사방으로 퍼져나가, 드디어 모든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모든 이의 마음속에 불안과 놀라움 그리고 공포와 혐오감이 가득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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