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세상에서는 역병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고 있는데도, 프로스페로 왕자는 사원에 숨어든 지 여섯 달이 다 되어갈 무렵, 성대한 가장 무도회를 열어 쾌락이 넘쳐나는 광경을 연출했다.

시계 종이 울리는 동안, 잔뜩 흥겹게 춤을 추던 사람들은 창백해졌고, 나이들어 침착한 사람들은 환상이나 명상에 사로잡힌 듯 손으로 이마를 쓸었다.

하지만 종소리의 울림이 완전히 멎으면 가벼운 웃음소리가 다시 온 방 안에 퍼져 나갔다. 연주자들은 스스로 신경과민이었고 어리석었다고 생각한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서로 마주보았으며, 다음 시계 종이 울릴 때는 절대로 이런 마음을 갖지 말자고 서로 낮은 소리로 맹세했다. 하지만 60분이 지나, 3천6백 초의 시간이 지나 다시 시계 종이 울리면 한 시간 전과 똑같은 정적과 전율과 명상이 찾아오고야 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도회는 흥겹고 성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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