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숙 배우의 낭독으로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들었다. 며칠 전 늦은 밤에 듣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더랬다. 오늘은 해 떨어지기 전에 말짱한 정신으로 다 완청했다. 손 배우님의 감정표현이 절절하다. 펭귄클래식판 오헨리 단편집을 펼쳐 다시 한 번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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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델러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은 갈색 폭포처럼 눈부시게 찰랑찰랑 흘러내리고 있었다. 거의 그녀의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카락은 그것만으로도 옷으로 삼을 수 있을 지경이었다. 이윽고 델러는 다시 민첩하고 초조하게 머리카락을 말아 올렸다. 그리고 일 분쯤 망설이며 거울 앞에 서 있었다. 닳아빠진 붉은 카펫 위로 눈물이 한두 방울 똑똑 떨어졌다.
"정말 당신 머리카락이 없어졌단 말이오?"그는 거의 넋이 나간 표정으로 물었다."찾아봐야 아무 소용도 없어요."델러가 말했다."팔았다니까요. 말했잖아요. 팔아서 없어졌어요.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예요. 여보, 그러니 다정하게 대해 줘요. 당신을 위해서 팔았어요. 어쩌면 내 머리카락은 헤아릴 수 있을지 모르죠."
델러는 갑자기 진지하고 다정하게 말을 이었다."그렇지만 당신에 대한 내 사랑은 아무도 헤아릴 수 없어요. 짐, 이제 고기를 올릴까요?" - 크리스마스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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