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르스나르 1982 By WinoksbergenBernhard De Grendel - Own work, CC BY-SA 4.0, 위키미디어커먼즈




음악에 뒤이어 오는 정적은 보통의 정적과는 전혀 달라서, 그것은 주의 깊은 정적이오, 그것은 살아 있는 정적이오. 그러리라 생각지도 못한 많은 사물들이 이 정적을 조장하며 우리의 내부에서 속삭이는데 우리는 연주가 끝난 한 편의 음악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는지 절대 알지 못하오.

나는 예술에서 즐거움의 보상을 요구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오. 나는 모든 인간적 욕구의 조금은 슬픈 이 두 가지 형태를 둘 다 좋아하지, 한쪽 형태를 위해 다른 한쪽 형태를 좋아하지는 않소. 나는 작곡을 그만두었소. 삶에 대한 내 혐오는 이 이상적 삶에의 꿈들을 천천히 좀먹어갔는데, 왜냐하면, 모니크, 걸작이란 바로 몽상된 삶인 까닭이오.

예술가는 누구나 작품이 완성되면 우러나는 기쁨을 느끼는데 그 기쁨조차 내 안에서는 메말라버렸고, 보다 정확히 말해 꽁꽁 얼어붙어버렸소. 그것은 아마 당신이 음악을 모르기 때문이었을 게요. 나의 포기, 나의 충정은, 만일 매일 저녁 내가 당신이 들어오지 못하는 화음의 세계에 몰입해 있었더라면, 철저하지 못했을 거요. 나는 더이상 일을 하지 않았소. 나는 가난했소. 결혼 전까지 나는 살기 위해 고생을 했소.

나는 이제 당신에게 종속되어, 당신의 재산에조차 종속되어, 사는 데에 일종의 관능적 재미를 발견했소. 이 약간 모멸적인 위치는 옛날의 죄를 미연에 방지하는 담보였소. 사람들에겐, 모니크, 몹시 이상한 선입관들이 있는데, 그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여인을 배반하는 건 단지 매정한 일에 불과하지만, 여자 재산으로 먹고 살면서 그녀를 배반하는 건 패덕한 일이라는 것이오. 그리고 당신은, 무척이나 바지런함에도, 나의 무위도식을 내놓고 책하지 못했소. 당신은 내가 행여 당신이 나의 가난을 헐뜯는다 여길까봐 노파심을 가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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