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ding, 1918 - Marc Chagall - WikiArt.org





우리는 반드에서 비 내리는 10월 어느 날 결혼했소. 모니크, 나는 우리의 약혼기간이 조금 더 길었으면 하고 내심 바랐소. 나는 시간에 휩쓸려 가는 것보다는, 시간을 타고 가는 것이 좋소.

나는 내 앞에 펼쳐지려는 생활에 불안이 없을 수 없었소. 내 나이 스물둘이었고 당신은 내 삶을 차지한 첫번째 여자였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해할 거요.

그러나 모든 것이, 당신 곁에선, 언제나 간단했소. 나는 당신이 나를 그토록 조금만 무섭게 하는 것이 고마웠소.

성주(城主) 부처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출발하고, 우리도 역시 출발하려고, 둘이 함께 출발하려고, 채비를 했소.

우리는 마을 교회당에서 결혼했는데, 당신의 부친이 먼 지방 원정으로 출타중이어서, 식장엔 몇몇 친구들과 나의 형이 있었소.

형은 여행 경비가 부담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참석하러 왔소. 형은, 형 말을 빌리자면, 내가 집안을 구했다고 감지덕지 고마워했소. 나는 그제야 형이 당신 재산을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것을 이해했고, 그것은 나에게 수치심을 주었소.

나는 묵묵히 있었소. 하나 여보, 당신을 우리 가족에게 희생양으로 바치는 것이 당신을 나 자신에게 희생양으로 바치는 것보다 더 죄가 되는 것이었겠소? 그날은, 지금도 기억나는데, 햇살과 빗줄기가 교차되는 그런 날, 사람의 얼굴처럼, 표정이 쉽사리 바뀌는 그런 날이었소.

날씨는 화창하려고 애쓰는 듯했고 나는 행복하려고 애쓰는 듯했소. 하나님, 나는 행복했소. 자신없이 행복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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