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완서 작가 타계1주기에 나온 모음집 '기나긴 하루'에 단편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1993)'을 신경숙 작가가 고르고 선정의 변을 겸한 추모의 편지를 썼으며, 신형철 평론가의 해설이 수록되어 있다.

선생님은 아시나요? 선생님의 작품 속에서 아주 자주 오빠를 향한 엄마의 광신에 가까운 애정을 바라보는 결핍에 찬 눈길이 일관되게 이어진다는 것. 흰 천에 푸른 실로 수놓인 아우트라인스티치처럼요.

어느 곁으로도 쏠리지 않고 냉정하게 통찰하는 선생님 문장 속에서 그 결핍을 발견해내는 일이 제가 선생님 작품을 읽는 은밀한 즐거움이었답니다.

마지막이 된 병상에서도 한 출판사의 젊은작가상에 올라온 작품 열다섯 편을 읽으셨다는 얘기도 전해들었습니다. 이처럼 작가로서의 당신의 삶은 강건했습니다. (신경숙)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선생의 중단편을 통틀어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이 소설에서 무엇보다 독자를 압도하는 것은 자식을 먼저 보내본 이가 아니라면 알 수 없을 고통의 세목들이 섬세하게 복원돼 있는 양상이기는 하지만 이 작품은 수기가 아니라 소설이다.

수기는 아니지만 일기의 형식으로 선생은 저 참척의 체험을 사실 그대로 기록한 바 있다. 이는 ‘한 말씀만 하소서’라는 제목으로 1990년 9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생활성서』에 연재됐고 몇 년 뒤에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선생은 필요한 만큼의 허구를 더해서 자신의 고통을 기록하는 일이 한 시대의 고통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일이 되도록 했다. (신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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