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은 당사자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다. 무의식에 억압해둔 괴물 같은 감정과 마주하기 위해 마음을 준비하는 기간, 조금씩 무의식의 파도에 발을 적시며 마음을 다지는 시간이다. 그동안 부여잡고 있던 자기 이미지와 낡은 생존법을 포기해도 죽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는 시간이다. 그런 시간들 끝에서 우리는 비로소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는 그 배를 인양하기로 결정할 수 있었다.

정신분석을 받는 이들이 자주 꾸는 꿈이 또 한 가지 있다. 높은 곳에서 몸을 던져 바닷속으로 뛰어드는 종류의 꿈이다. 산소호흡기 없이 바닷속 깊숙이 헤엄쳐 들어가는 꿈, 발을 삐끗하며 넘어졌는데 하염없이 바닷속으로 빨려드는 꿈 등이다. 이런 꿈들은 저항을 이겨내고 적극적으로 무의식의 바다를 탐험하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P269

정신분석과 심리 치료는 유년기의 미숙한 상태에서 만들어 가진 생존법에 상호의존성, 신경증, 강박적 요소가 배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개선하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세상을 보는 관점, 개별적 생존법이 변화해나간다. 궁극적으로 세계관과 비전, 생존 방식 등이 성숙하고 건강한 형태로 변화되는 작업이다.

만약 이 지점에서 계속 나아갈 수 있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신경증적이거나 강박 성향의 생존법에서 비롯된 많은 문제와 맞닥뜨릴 것이다. 인정하기 어려운 우리의 실체를 꺼내 마주 보는 고통의 시간을 통과해야 할 것이다. 그때마다 도망치고 싶은 저항을 만날 것이고, 저항을 이겨내는 용기를 내어야 할 것이다.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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