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데카메론 프로젝트에 마거릿 애트우드는 '참을성 없는 그리젤다'라는 단편을 실었다. 데카메론의 에피소드를 직접 인용하고 오마주했다는 점에서 이 프로젝트의 대표작이 될 만하다. 그리젤다는 데카메론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열째 날 마지막 열째 이야기에 나오는 여성으로서, 신분 높은 남편의 횡포에 인고의 세월을 보낸다. 신분제에서의 신분 차이와 가부장제에서의 남편의 지배라는 이중고를 겪는 것이다. 애트우드는 그리젤다가 남편의 처분에 자신을 고스란히 맡기고 그저 인내하게만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 작전을 위한 장치로서, 애트우드는 그리젤다를 쌍둥이로 만들어버린다. 둘로 분열시켜 한 쪽을 참을성 있는 그리젤다, 다른 한 쪽을 참을성 없는 그리젤다라고 부른다.
옛날에 쌍둥이 자매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신분이 낮았죠. 그들의 이름은 참을성 있는 그리젤다와 참을성 없는 그리젤다였습니다.
그들은 ‘참있양‘과 ‘참없양‘이라고 불렸습니다.
아니요, 한 명만 있었던 게 아닙니다. 두 명이 있었습니다. 지금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누구죠? 바로 저입니다. 그러니 두 명이 맞습니다.
"나와 함께 갑시다, 참있양. 사람들이 말하기를 내가 합법적으로 성교를 하고 어린 공작을 낳으려면 결혼을 해야 한다더군."
"당신이 신분이 낮다는 걸 알고 있소, 참있양. 하지만 그래서 난 지체 높은 누군가보다 당신과 결혼하고 싶소. 지체 높은 부인은 생각이 많지만, 당신은 생각이 없잖소. 난 당신에게 이래라저래라 하고 내키는 대로 굴욕을 줄 수 있소. 그래도 당신은 스스로를 비천하게 여겨서 싫은 소리를 하거나 질질 짜거나 뭐 그런 걸 하지 않을 거요. 그리고 당신이 나를 거절하면 난 당신의 머리를 베겠소."
"어떻게 그 자가 언니를 그렇게 대하도록 내버려둘 수 있어?" - 마거릿 애트우드, 참을성 없는 그리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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