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의 내용을 언급합니다.
요새 보고 있는 하마구치 류스케의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는 중간 정도 왔나, 연극 바냐 아저씨 연습이 한창이다. 원래 무용을 하던 소냐 역을 맡은 한국인 여성 연기자가 체홉의 말이 몸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고 하는데, 한중일이 모여 각자 자국어로 연습하는 상황이 참신하다. 여기에는 수어도 포함된다. 소냐를 연기하는 한국인 여성은 수어를 쓰는 '장애인' 이다. 주인공 일본인 남성 연출가는 수어통역을 하는 한국인 남성 스탭에게 당신은 일본어도 잘하고 수어까지 하냐며 감탄한다. 온유하고 친절한 그 한국인 남성은 일본 대학에서 '노'를 연구하는 유학생으로서 저 여성 연기자의 남편이다. 노는 일본 전통극으로, 노에 반한 비일본인들도 많다. 외도한 아내를 잃은 상실감과 해소되지 않은 분노를 품고 있는 일본인 남성이 '장애인' 부인과 '비장애인' 남편으로 구성된 한국인 부부의 평화로운 모습을 응시하고 있다. 엘레나 역의 연기자는 중국인이다. 영어가 유창하고 연출자에게 자기 의견을 똑 부러지게 말한다. 한중일이 모인 이 바벨탑에서 영어가 공용어 역할을 한다. 그들이 모인 장소는 원자폭탄이 떨어졌던 히로시마이다. 엘레나와 소냐의 연습까지 봤다. 뒤에는 어떤 일이 생길지 방심(!)은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