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범 시몬손이 카츄샤에게 청혼을 한다. 

톨스토이 부부 1862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그렇다면 저더러 사라지라는 말씀인가요?" 네흘류도프가 물었다. 마리야 파블로브나가 순수하고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네, 부분적으로요." "부분적으로 사라지라는 게 무슨 뜻이죠?"

시몬손이 말한 대로 된다면 네흘류도프는 스스로 부과했던 의무감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그 의무감은 그를 얼마나 힘들고 부자연스럽게 만들었던가! 하지만 지금 그는 왠지 기분이 나쁠 뿐 아니라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그 이유는 시몬손의 청혼이 자기 행동의 고유성을 파괴하고 그가 감내해온 희생의 가치를 보란듯이 왜소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시몬손처럼 훌륭한 사람이 얽힌 게 아무것도 없으면서도 그녀와 운명을 함께하려 한다면 네흘류도프의 희생쯤은 별 볼 일 없는 것이 되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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