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적도 만난 적도 없지만 먼저 태어나 살다 간 언니가 있었다. 그게 바로 작가 아니 에르노가 마주한 가족의 숨겨진 비밀이다. 그녀는 그녀의 방식으로 - 냉철하면서도 감정을 배제하지 않는 - 죽은 언니를 진혼한다. 태어나자마자 죽은 언니가 있는 한강 작가의 '흰'이 떠오른다. 


스웨덴서 '흰' 낭송한 한강 "가장 자전적인 책" https://www.yna.co.kr/view/AKR20190929001700005?input=1179m





부모님과 나 사이에는 이제 당신이 있어요. 보이지 않지만 사랑스러운 당신이. 나는 당신에게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멀찌감치 밀려났습니다. 당신이 영원한 빛에 둘러싸여 하늘 위를 날아다니는 동안 난 그늘로 떠밀려갔지요. 무남독녀라 누구와도 비교당하지 않고 살던 내가 비교의 대상이 된 거예요.

두 딸 중 한 명은 죽었고, 다른 한 명은 죽을 뻔했지요. 사는 동안 활기차게 지냈던 어머니지만 내 눈에는 죽음을 짊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죽음에 매혹되어, 그리고 죽음을 끌어당기면서. 열네 살 혹은 열다섯 살 때까지 나는 어머니가 나도 당신처럼 죽게 내버려 둘 거라고. 아니면 나뿐만이 아니라 아버지도 함께 벌을 주기 위해 일부러 스스로 목숨을 끊을지도 모른다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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