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흘류도프는 카츄사를 구하러 동분서주하다가 아름다운 부인을 만나 마음이 흔들린다.

Silver teapot and cake on a plate - Giorgio de Chirico - WikiArt.org



Still Life with Silver Ware, 1962 - Giorgio de Chirico - WikiArt.org





"차 좀 드릴까요?" 그녀는 희한하게 새끼손가락을 펴고 알코올램프 위에 있던 은주전자를 잡았다. 그녀의 얼굴이 진지하고 슬퍼졌다. "제가 존경하는 분들이 저라는 인간과 제가 놓인 환경을 혼동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늘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파요."

말을 마칠 때 그녀는 울음이라도 터뜨릴 기색이었다. 그녀가 한 말을 곰곰이 따져보면 아무 의미도 없거나 아주 막연한 말일 뿐인데도 네흘류도프에게는 아주 깊이 있고 진실하고 선량한 말처럼 들렸다. 아름답고 멋지게 차려입은 젊은 여자가 눈을 반짝이며 말하자 그의 마음이 강하게 끌린 것이다.

백작부인이 돌아왔을 때 그들은 자신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속에서 오직 서로를 이해하는 각별한 사이처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권력의 불공평성과 약자들의 고통, 민중의 가난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대화의 속삭임을 핑계로 서로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은 끊임없이 ‘날 사랑해줄 수 있나요?’라고 묻고 ‘그럼요’라고 대답하고 있었다. 그들의 성적 감정이 예상치도 못한 유쾌한 방식으로 서로를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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